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의 사계

2024. 7. 3. 14:52행복한 문화생활 백서

미니 피아노 같은 쳄발로가 중앙을 메꿔주는 '엠클래식유스오케스트라'와 한 무대에 오른 김동현

고급진 사계절 vs. 열정의 사계절

바이올린 하면 떠오르는 안토닌 비발디의 '사계'는 개인적으로도 그렇지만 바로크 음악 중에서도 가장 고급진 감동을 전해줍니다. 너무 익숙한 이유도 있겠지만 이 음악이 배경으로 등장했던 영화들이 하나같이 아름답고 서정적이기에 첫 소절을 듣기만 해도 고풍스런 유럽의 어디를 떠올리게 하는 그런 힘이 있죠. 

아스트로 피아졸라는 아르헨티나가 배출한 탱고음악의 거장이라고 합니다. 고향인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전해 주는 도시의 색깔이 그렇듯이 그의 음악도 아주 다양하고 자유로운 형식을 추구한다고 하죠. 그래서일까요? 피아졸라의 '사계'는 여름부터 시작합니다. 작렬하는 지중해의 태양 아래, 따가우리 만큼 뜨겁고 열정적인 여름의 소리가 파도와 같이 쉴 새 없이 밀려 왔다가 사라집니다. 1부에서의 고급지고 우아한 감동 따윈 던져 버리고 금새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버릴 것만 같은 폭발적인 열정이 가득한 무대... 
이렇게 기막힌 반전이 또 있을까요?

 

남미 아르헨티나의 한 도시에서 펼쳐지는 듯한 열정의 사계를 표현했던 2부를 마치고..

섹시한 김동현?

고급진 블랙 수트와 함께 우아하고 세련된 비발디의 1부를 마친 김동현은 2부에선 과감하게 수트를 벗어버리고 셔츠의 팔까지 걷어 부치면서 등장합니다. 클래식의 정수 같았던 1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젊은 바이올리스트 김동현은 더 이상 영상에서 보던 앳된 영재학생의 이미지가 아니네요. 정말 멋지고 섹시하게 무대의 분위기를 바꿔버립니다. 
어느 인터뷰에서 클래식 음악을 하는 사람이지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젊은 구성원으로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움직이고 싶다고 했다던데 이번 공연이 그런 시험의 끝판왕이 아닌가 합니다. 금호 악기은행에서 지원하는 '과다니니'의 1763년산 명품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1999년생 라이징 바이올리니스트가 알고보면 '다이아' 등급을 가진 LOL 유저라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하기도 하고요.

사계는 비발디가 최고야

...라는 선입견이 깨진 공연이었습니다. 클래식은 올드하다라는 상식이 박살난 시간이었구요. 과거와 현대가 묘하게 잘 어울리는 신기한 공간이었죠. 그리고 가장 좋았던건 4장의 나눔 티켓 중 하나를 거머쥔 행운?

고급진 바로크의 클래식이 펼쳐진 사계절을 지나와서 탱고, 재즈, 클래식이 절묘하게 결합되어 뜨거운 열정을 선사하는 이 시대의 사계절을 맛보게 해주신 #아라와 @유티크 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2년이 후딱 지나갔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