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B로 달리는 정석비행장

2012. 11. 27. 23:15MTB/제주 MTB 코스

 

 

정석비행장

 

제주도 한라산 동쪽 기슭에 위치한 정성비행장은 대한항공 비행훈련원이 있는 곳이다.
이 곳은 다양한 경력의 신입조종사들이 대한항공의 운항정책과 비행절차를 처음으로 접하고 훈련받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약 4개월에 걸쳐 강도높은 비행이론 교육과 제주, 울산, 여수, 무안 등 국내공항을 오가는 비행훈련을 마쳐야 하는 터라 이 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조종사들의 표정엔 아름다운 제주의 풍광과는 대조적으로 사뭇 진지한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잠실보더가 전하는 정석 비행훈련원 이야기 보기

 

하지만 정석비행장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제주의 자연을 품고 있는지라 육지에서는 접하기 힘든 다양한 재미가 숨어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MTB 코스이다.

흔히들 제주에서의 자전거 코스라 하면 푸른 바닷가를 끼고 달리는 해안도로를 생각하기 쉬운데 푸른 삼나무 숲과 들판을 가로지르는 오프로드 또한 특별한 매력이 있다. 정석비행장의 코스는 그런 오프로드의 매력에 더하여 대형 점보 B747과 에어버스 A330이 주기하고 있는 활주로를 바라보며 달릴 수 있는 특별한 멋이 있다. 다만 그 코스를 맛 볼수 있는 사람이 대한항공의 조종사들만 가능하다는게 한가지 흠이라면 흠?

 

 

평소 기숙사와 학과장을 오가며 비행훈련에 매달렸던 조종사들도 오늘만큼은 자유다.

자전거와 친하지도 않고 숙소에 자기 MTB가 없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제주에서는 자전거 인프라가 잘 구성되어 있기 때문데 전화 한통이면 입문용이 아닌, 전문 산악용 MTB를 대여할 수 있으니까.

게다가 약간의 실비만 제공하면 정석비행장은 물론이고 제주 전 지역 픽업 서비스도 제공한다.

 

제주프로샵의 렌탈표 보기

바이크매거진이 전하는 제주 프로샵 이야기

 

코스는 평탄한 포장도로와 MTB의 진수를 맛볼수 있는 숲길을 달리며 비행장을 돌아보는 여정으로 약 2시간이 소요된다. 적당한 경사와 내리막으로 기본기만 있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코스.

 

 

조종사들이 머물고 있는 기숙사를 출발하면 대형  B747 점보항공기가 주기되어 있는 활주로 지역을 지나서 검붉은 자갈들이 깔린 제주 특유의 오프로드를 지나게 된다. 활주로와 나란히 난 길을 신나게 달리다 보면 영화 탑건의 주인공이 오토바이를 타고서 이륙하는 전투기와 함께 소리 지르는 바로 그 시원함을 맛볼수 있다.

 

 

항공기가 주기되어있는 곳을 벗어나면 넓은 활주로를 한눈에 내다볼수 있는 곳에 다다른다.

가을 억새가 만발한 이 길은 비행기가 이륙하는 활주로와 나란히 달리는 직선코스로 시원하게 바람을 가르며 스피드들 즐겨보기에 안성마춤이다.

 

 

활주로가 끝나 갈 때 쯤이면 한라산으로 향하는 숲길로 방향을 튼다. 평소 어찌나 바람이 부는지 나무마저 저렇게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이런 바람을 뚫고 이착륙 훈련을 하고 있는 조종사들이 새삼 대단하다는...

 

 

 

평탄한 포장길에서 스피드를 즐겼다면 이제 오프로드로 나갈 때다. 요즘 힐링 트래킹으로 유명한 한라산 중턱의 사려니 숲길 연상시키는 키높은 삼나무와 붉은 자갈이 깔린 길이 인상적이다. 이런 자갈길을 달리기 위해서는 핸들을 잡고 있는 손과 팔꿈치가 아주 부드럽게 완충기 역할을 해줘야 한다. 비포장의 두려움 때문에 온몸에 있는 힘을 다주고 자전거를 꽉 잡았다가는 1시간도 못가서 팔이 저릴 터..

 

 

    

 

정석비행장은 청정 제동 한우로 유명한 제동목장과 접해있다. 목장 길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이 표지판은 이 길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 말해준다. 이 곳에서 만들어지는 한우상품은 대한항공 일등석의 기내식에도 공급되는 최상급이니 만큼 라이딩 도중이라도 이들을 만난다면 조용히 길 옆에 비켜서서 기다려주는 예의가 필요.

 

 

흔히들 곧게 뻗은 가로수 길하면 담양의 메타 세퀘이아 길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 곳은 본연의 가치보다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소로 과대포장된 면이 적지 않다.

이 곳 제동목장의 삼나무 길은 그 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길이와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나무들의 높이가 뿜어내는 멋이 있다. 게다가 나무 저편으로는 광할한 제주의 초원과 한라산이 함께 그림같이 펼쳐진다는 사실.

 

 

 

돌아가는 길에 만나는 재밌는 팁 하나.

몇 키로씩 곧게 뻗은 도로를 달리는 차량을 위해 설치된 속도 경보기가 우리에겐 튼튼한 허벅지를 테스트 해볼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된다. 평지에서 자신이 자전거로 낼 수 있는 속도가 얼마인지 확인해 볼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 오늘의 우승자는 시속 47 km/h 를 기록한 모 기장님. (회식비 면제의 푸짐한 경품이... ^^)

 

이상으로 제주이기 때문에, 그리고 대한항공 조종사이어서 맛볼수 있는 정석비행장 MTB 코스 소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