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신년 음악회

2023. 1. 7. 18:16행복한 문화생활 백서

왈츠와 폴카가 울려퍼지는 신년음악회

지휘자 Gerrit Prießnitz (gerrit-priessnitz.de) 홈페이지

 

2023 새해 첫 눈이 펑펑 내리던 날 [코리안리 신년음악회] 다녀왔습니다.
사실 @JK 님의 공연 공지가 뜨자마자 순식간에 마감되고 대기가 4분이나 있는 게시글을 보고 포기했더랬죠. 그런데 퇴근 길에 투벙창이 보이길래 살짝 눈팅만 하려다가 그만..
참가 티켓을 받게 되버렸습니다. 아주 우연하게, 그러나 지독한 행운의 자리를 꿰어찬거죠.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말 그대로 '계' 탄  하루였습니다.

사실 저는 '신년음악회'라는 분위기를 전혀 모르고 그냥 품위있고 격조있는 클래식(?) 공연인줄 알았거든요.  무대가 흥겨운 왈츠와 빠른 폴카들로 구성이 되어있다는 게 이런게 신나는 시간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걸 상상도 못했습니다.  공연 내내 입꼬리가 절로 올라갈만한 경쾌한 리듬과 무척이나 아름다운 선율의 줄다리기를 들으며, 마치 90분 동안 송년 무도회에 참석해 있는 듯한 기분 좋은 상상에 흠뻑 취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왈츠를 추는 지휘자 '게리트 프리스니츠'

제가 몇번 경험해봤거나 영상으로 봐왔던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하나같이 '손'으로 지휘하는 리더의 모습이었습니다. 항상 뒷 모습으로만 기억되는 지휘자들을 돌이켜보면 허리 아래가 움직였던 모습은 생각이 안나거든요. 그런데 독일 출신이라는 '게리트' 이 분은 정말 에너지가 가득하더군요. 손으로 표현하는 것 만으로는 성이 안차서 온 몸으로 악단을 이끌고 나가는데 마치 왈츠의 스텝을 밟는 듯한 흥겨운 몸짓을 보여줍니다.  뒷 모습이 이렇게 신나는 지휘자가 또 있을까요? 게다가 마지막 커튼콜인 '라데츠키 행진곡'을 지휘하며 뒤 돌아서서 관객들의 박수를 유도하는 표정에서는 말그대로 털보 악동의 장난기 섞인 카리스마가 무척 돋보였습니다.
  
이번에 새삼 느낀건데 미술 전시회는 잘 찍은 사진 몇장으로도 작품의 느낌이나 그 분위기를 전달할수 있는데, 음악회는 곡의 감동이나 악기의 울림은 커녕 현장의 그 어떤 느낌도 전달하기가 어렵습니다. 첫번째 커튼콜이었던 '스타라우스'의 숨은 명작, '폴카 샴페인' (Polka Champagne) 에서는 샴페인 떠트리는 장면이 몇 번 나오는데 신년음악회의 흥겨움을 기가 막히게 살려주는 명품 연출이 빛난답니다. 이런 건 현장 관람 필수 아이템?  

공연 시작 전에 맛봤던 식전 (?) 빵도 맛 있었고, 공연 마치고 마셨던 '제주 에일'은 펑펑 내리던 눈과 함께 기가 막힌 앙상블의 한장면을 마음 속에 남겨주었습니다. 다시 한번 행운의 자리를 마련해 주신 @JK, @ 윤선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함께 했던 @밀크티, @쟈스민  즐거운 대화 다음에도 쭈욱 이어가요~

샴페인 '펑'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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