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스부르크 600년 [전시회]

2022. 11. 17. 19:22행복한 문화생활 백서

미대생 아들을 둔 공대생 아빠입니다.

30년 가까이 기계와 컴퓨터하고만 씨름 하며 살아왔는데 새삼 문화 예술 작품들과도 교감을 가져보라는 특명이 주어졌죠.  평생 안쓰던 우뇌를 풀가동해서 나름 열심히 과제를 수행해보려 합니다. 많이 도와주세요.

 

인산인해라는 "국립중앙박물관"

전시회 중간 즈음에 등장하는 '마리아 크리스티나 대공의 약혼 축하연' 축하객들이 기억나시나요? 그만큼이나 전시회 관람객들이 하도 많아서 오늘 (11.17) 부터 공식 전시해설을 일시 중단한답니다.  우리 회사도 협찬했다는데 대박 났습니다. 평일은 물론이고 특히 주말에는 줄 서서 기다리다 하루가 다 간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사진 1. 마리아 크리스티나 대공의 약혼 축하연 (요한 카를 아우어바흐)

이런 와중에 어제 수요일 야간, 기적같이 관람객이 한산해진 한시간 반 동안 '매혹의 걸작'들을 볼 수있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게다가 얼리버드 특가라니... 예논 모임장 @러비 님 정말 감사합니다.

 

 

"프리미엄 전시공간?"

용산으로 이전한 국립중앙박물관은 처음인데 압도적인 시설 규모에 놀랐습니다. 여유로운 전시공간 활용과  수준 높은 굿즈샵까지 아주 멋진 곳이더군요. 다만 유수의 전시회에서는 못 느꼈던 조명의 간섭은 의외였습니다. 그림 작품 바로 위에 설치된 천장 지붕에서 쏘여지는 직접 조명이 화면에 반사되어 종종 감상에 방해가 되더군요. 특히나 형광도료가 가미되어 있는 유화 작품 중 일부는 정면에서 감상할 때 눈부심이 느껴질 정도여서 좌우측으로 비껴나 감상해야했어요. 

 

 

"빈 미술사 박물관 특별전"

보통 미술전이라 하면 회화면 회화, 공예면 공예 이런 식으로 특정 시대의 특정 작품들을 전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세계 3대 미술사 박물관 중 하나라는 빈에서 합스브루르크 시대의 다양한 작품들을 직접 공수한 특별전이라죠? 덕분에 회화 작품 뿐만 아니라 시대를 풍미했던 가구와 집기 같은 공예, 그들의 갑옷, 태피스트리 (실내 장식용 직물) 등 여러 분야의 명작들을 한 곳에 담았습니다.  저 같은 문화 예술 초보자에겐 지루할 틈이 없는 아주 훌륭한 전시회라는 거죠. 귀여운 '테레사 공주' (사진 2)와 황제의 '황금빛 갑옷' (사진 3) 이 둘을 동시에 볼 수있다니 이런 행운이 어딨을까요? ㅎㅎ

 

사진2.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 (디에고 멜라스케스)

사진 3. 막시밀리안 1세 황제의 갑옷

참고로 갑옷을 입은 모습이 중세 유럽 전쟁영화에서 보여지는 멋진 모습이 아니라 6등신도 안되는 꼬마애 같으신가요? 제가 오스트리아 어느 성에 가서 직접 체험 행사를 통해 착용 해보니 뒤뚱거리는 텔레토비가 되버리더군요.  저 비율 나오기가 쉽지 않답니다.

 

"루벤스" vs "엘리자베트"

홍보물에서 발견한 익숙한 이름은 화가 '루벤스' 였는데 아쉽게도 그의 유명 작품은 없었고 '쥬피터와 머큐리를 대접하는 필레몬과 바우키스' (사진 4)라는 다소 생소한 그림만을 접했습니다. 대신 그 유명한 '엘리자베트' 황후와 그녀을 선택했던 황제 '프란츠 1세' (사진 3)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색다른 감동을 받았네요. 뮤지컬로도 잘 알려진 이 부부의 서사를 떠올리면서 해설을 읽다 보니 '루벤스'가 표현했던 동 시대의 풍만한 여인들과는 차별화되는 갸냘픈 몸매와 잘룩한 허리 라인이 정말 '예술' 이더라는...

 

사진 4. 주피터와 머큐리를 대접하는 필레몬과 바우키스 (피터르 파울 루벤스)

 

사진 5. 프란트 요제프 1세와 엘리자베스 (시시) 황후

 

짧지만 기분 좋은 시간 만들어 주신 @러비님과 예논 회원님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항상 그렇듯이 할까 말까 생각되면 해야하는게 정답인가 봅니다. 먹을까 말까 망설이지 말고 뒷풀이는 반드시 참석해야하는 것처럼요.